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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부터 ‘대출 조이기’에 나선 후 서울에서 9억~15억원 이하 중·고가 아파트 매매가 크게 위축되고,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줄줄이 오르며 아파트 거래량 자체가 급감한 가운데 대출 규제 영향이 덜한 9억원 이하 아파트 위주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9월부터 이달 25일까지 매매돼 거래 신고를 마친 서울 아파트는 총 4138건으로, 이 중 9억원 이하 거래 건수가 2184건으로 전체의 52.8%를 차지했다. 대출 규제가 시행되기 전인 7∼8월엔 서울 아파트값이 오르며 매매 건수가 1만5341건에 달했다. 당시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43.0%였다. 5∼6월에도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41.3%였다. 대출 규제가 시행된 후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이 10%포인트가량 훌쩍 늘어난 셈이다.

반면 대출 규제 후 9억~15억원 이하 중·고가 금액대의 아파트 매매가 가장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9억~15억원 이하 아파트는 7∼8월에는 거래 비중이 33.7%였지만 9∼10월 들어선 27.6%로 6.1%포인트 감소했다. 15억∼30억원대 아파트 거래 비중도 7∼8월 19.2%에서 9∼10월 15.1%로 4.1%포인트 줄었다.

9억원을 기준으로 아파트 거래 비중 차이가 커진 것은 대출 규제 영향 때문이다. 9억원 이하 주택은 신생아 특례·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등 1~3%대 저리로 정부의 정책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9억 초과 아파트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 9억원 초과부터는 은행의 금리 인상과 강화된 금융 규제에 곧바로 영향을 받게 된다.

정부는 지난달 2단계 스트레스 남동탄 서희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과 함께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도 제한했다. 매수 심리가 위축되며 7월 9024건(계약일 기준)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8월 들어 6329건으로 줄었고, 9월에는 2890건으로 전월 대비 반토막이 났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올해 5월부터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타면서 ‘똘똘한 한 채’ 수요로 15억원대 전후 중·고가 아파트 매매가 늘었다”며 “하지만 2~3개월 새 집값이 너무 오르고 대출 규제가 겹치며 거래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남동탄 서희스타힐스 30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아파트는 거래 비중이 7∼8월 4.0%에서 9∼10월 4.5%로 늘었다. 전반적인 거래량 감소 속에서도 초고가 아파트는 대출 규제 영향을 덜 받았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초고가 아파트는 현금 부자 또는 고액의 대출이 가능한 전문직 종사자 등이 거래하기 때문에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말했다.